韓 우주인 탄생 10년… 발도 못 뗀 '제2 우주인'

입력 2018-04-08 20:11   수정 2018-04-09 05:17

이소연 씨 이후 멈춰선 '우주인 프로젝트'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 타고
2008년 4월8일부터 11일간
각종 실험 실시하고 지구 귀환
"일회성에 그친 이벤트" 비판도

우주인 1인당 400억원 '천문학적'
한국 등 ISS 비회원국 탑승 중단

화성 유인탐사·달궤도 정거장 등
주변국 협력해 우주개발 나서야



[ 박근태 기자 ] 4월8일은 한국의 첫 우주인이 우주로 향한 지 10년째 되는 날이다. 첫 우주인에 선발된 이소연 당시 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은 2008년 4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향했다. 이씨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11일간 우주에 머물며 한국 과학자들이 제안한 18가지 실험을 마치고 귀환했다. 하지만 한국의 우주인 사업은 딱 여기까지였다. 정부는 우주인 사업 직후 공군장교 3명을 선발해 잠시 훈련을 시킨 일이 있지만 이씨를 잇는 제2 우주인은 10년 넘게 배출되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대전 유성 인터시티호텔에서 열린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에서는 제2 우주인 배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중력이 0에 가까운 환경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탐구하는 이 학회는 한국 우주인 탄생 계기로 발족됐다.

10년 전 우주인개발단장을 맡았던 최기혁 학회장(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계 유인 우주개발은 우주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관광을 하고, 기초연구를 진행하는 산업화와 과학 활동, 또 유인 화성 탐사에 대비하는 각종 프로젝트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도 국제 협력을 통한 과학실험과 화성 탐사 과정에서 필요한 장비 개발에 참여하는 등 유인 우주 개발에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주과학실험 협력 통해 유인 우주개발

첫 우주인 사업이 흐지부지 끝나면서 국내에는 유인 우주개발 사업이 없다는 비판이 흘러 나온다. 다만 한편에선 우주인 사업을 통해 시작한 일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박일흥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진이 초미세전기기계기술(MEMS)을 적용해 개발한 우주망원경(MTEL-2)은 박 교수가 우주인 사업 때 제안한 ‘메가번개’를 찍는 MEMS 망원경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이 우주망원경은 2014년 러시아 인공위성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항우연이 개발한 우주저울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지금도 듣는다. 한국 우주인이 ISS에 저울을 가져가기 전까지 ISS에서 질량을 재는 도구는 없었다.

최 학회장은 이처럼 거창하게 직접 사람을 보내지 않아도 아이디어만으로 유인 우주개발에 참여할 길은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2의 우주인을 뽑아 우주로 보내는 데는 400억~500억원 이상 들어간다. 2008년 당시 소유스호 탑승비는 190억원이었으나 이제는 400억원까지 올랐다. 게다가 ISS에 참여하는 미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국을 제외한 비회원국 우주인 탑승은 중단된 상태다.

이런 이유에서 중단기적으로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처럼 ISS에 참여하는 기관이 추진하는 화성과 달 탐사 사업에 참여하고 우주 과학실험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유인 우주개발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 화성·달 탐사 기회 놓치지 말아야

한국이 언젠가는 우주인을 다시 뽑아 우주에 보낼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 이뤄지는 유인 우주탐사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고, 우주에서 진행된 제조와 실험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려면 한국 국적의 우주인을 파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국가들에서는 우주인 배출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NASA만 해도 지난해 12명을 선발하는 데 1만8300명이 몰렸다. 우주인 7명을 배출한 영국은 2015년 처음으로 오로지 정부 예산으로 우주인을 ISS에 보냈다. 중국도 올해부터 공군 조종사가 아니라 공업계·연구기관·대학 등 3개 그룹에서 우주인을 뽑겠다고 밝혔다.

이날 마이크로중력학회 행사에서는 미국이 2030년까지 추진하는 화성 유인탐사를 비롯해 달궤도에 건설하는 우주정거장 딥스페이스게이트웨이(DSG)에 참여하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한국형발사체(KSLV-2)의 뒤를 이을 차세대 한국형발사체(KSLV-3)로 화성에 화물을 수송하는 방안도 유인 우주개발 계획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일부는 주장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 스페이스론치시스템(SLS)과 유인우주선 오리온을 비롯해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민간기업이 제작한 유인우주선에 태우면 200억원 정도 비용으로 우주인을 우주로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10년째 제2 우주인 논란만 반복돼

그러나 한국이 제2 우주인 사업을 시작하려면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우주인 사업이 일회성으로 끝나면서 불거진 각종 논란을 넘어서는 일이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에는 한국 우주인을 우주비행 참여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우주 관광객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씨의 경우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가 2014년 항우연에 사표를 내면서 불거진 ‘먹튀 논란’과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매번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씨가 지구로 귀환한 이후 강연을 펼치며 많은 청소년에게 영감을 주는 등 충분히 제역할을 했다며 옹호하는 시각도 있다. 정작 책임져야 할 정부는 과학기술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름을 바꾸며 소극적인 태도로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모습이다.

안형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첫 우주인이 국가가 부여한 책임을 끝까지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과 개인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는 반론이 반복되면서 10년간 우주인 사업 논의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며 “이제는 국가주의와 개인주의가 충돌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우주인 사업의 미래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전=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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